성관계라는 건 단순한 육체적인 행위만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 기억이 다 섞인 아주 복합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순수하게’ 경험하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결혼 전, 연애도 나름 했고 사랑도 해봤지만, 되돌아보면 너무 조심스럽고 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괜히 상처받는 건 아닐까", "남자 쪽이 진심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나를 가볍게 볼까 봐…"

이런 생각들 때문에 내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지 못한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그때의 감정이 그립기도 해요.

물론 지금의 남편과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의 사랑도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감정의 깊이와 별개로 설렘이나 기대감, 혹은 ‘순수하게 몸과 마음이 끌렸던’ 그때의 경험과는 또 다른 결이더라고요.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느낀 게, 성관계는 ‘가능할 때, 마음이 열려 있을 때 많이 경험해보는 게 좋다’는 거예요.

어릴 때는 뭐랄까, 아직 계산적이지 않고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 그 자체를 더 순수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조건 없이 좋아하고, 설레는 감정에 솔직하고,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길 수 있던… 그런 때요.

지금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잖아요.

일, 집안일, 아이 계획, 건강 문제, 피곤함, 책임감… 그리고 때로는 그냥 감정적으로 지치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성적인 감정이나 욕구를 많이 누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어릴 때 감정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꼭 파트너가 여러 명이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다만 내 감정에 솔직하고, 진심으로 연결되었던 사람과 더 깊은 경험을 나눠봤다면 어땠을까,

그 시기의 감정을 더 믿고 받아들였으면 지금보다 더 풍부한 기억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죠.

나이가 들면 성관계를 한다는 게 단순한 행위 그 이상이 돼요.

책임이 따라오고,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심지어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오해도 함께 고려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즐긴다’는 느낌보다 ‘맞춰준다’, ‘의무감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