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는 1880년 초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지개 팔레트라는 그의 별칭답게 아름다운 대상을 보다 더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던 거죠. 그러기에는 인상주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옵니다. 15~6세기 거장들의 그림을 보면서 영감을 받은 르누아르는 데생과 선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기 시작하며 앵그르적 고전주의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림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르누아르의 말처럼 흥겨움, 즐거움이 묻어나네요. 이 작품은 <도시에서의 춤>과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부지발의 무도회>와 함께 시골 무도회의 정경을 담은 르누아르의 대표작입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친구인 폴 로테이고 여자는 향후 르누아르와 결혼할, 당시 20세 초반의 알린 사리고입니다. 이탈리아 여행에도 같이 다녀왔지요.
부지발은 파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센강변의 지역인데, 서울로 치면 팔당대교 근처 정도되겠네요. 모네, 시슬레, 피사로 등 많은 인상파 화가들이 모여 그림도 그리고 교류를 하던 곳입니다. 보팅을 좋아하던 기 드 모파상도 자주 놀러왔다고 합니다. 르누아르의 유명한 작품 <선상위의 점심 식사>도 그곳에 있는 푸르네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르누아르는 대상의 내면의 심각성이나 알레고리와 같은 복잡한 것보다는 아름답고 유쾌한 모습들을 이 그림에서 추구하려고 했습니다. 왁자지껄하게 즐거운 사람들을 보니, 미술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야 하고, 삶은 아름답게 표현해야 한다는 그의 평소 생각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