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사랑한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남긴 작품들은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도시의 쓸쓸한 정취와 더불어 미국적인 풍광을 주로 그려온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영화적인 매력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영화적인 매력이란 무얼 뜻하는 걸까요.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에서 포착된 순간과 공간들은 매번 그림 너머에 어떤 사연이 있을지 상상하게 만듭니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설명하는 가장 명확하고 간편한 키워드는 고독함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안이 환하게 들여다 보이는 술집과 그 안의 사람들입니다. 환한 술집의 실내 조명이 어두운 길가까지 쏟아져 나와 거리 전체를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그림의 구도입니다. 내부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입구가 보이지 않는 술집이며 내부에 화장실로 통하는 것 같은 문이 하나 보이는데 문고리가 없습니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물 구도입니다. 바텐더와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가 다정하게 바에 앉아 있고,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어서 얼굴을알 수 없는 사내가 홀로 술을 마시는 중입니다. 이들은 마치 술집에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골목은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아마도 시간은 자정을 넘었을 것입니다. 저들이 술집에 흘러 들어온 사연과 입구가 보이지 않는 기이한 술집에서 마주하게 될 밤의 순간은 저절로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분명히 거기에는 도시인들의 걱정과 고민이 생동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 즉 도시인들은 모두 외롭고 서로 단절된 채로 쓸쓸하게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