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플랑드르 화가 피테르 브뢰헬의 재치와 해학은 기가 막힙니다. 말년에 그린 이 작품 <게으름뱅이의 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이 완성된 1567년은 플랑드르를 포함한 네덜란드 17개 주가 에스파냐에 대항하여 독립전쟁을 일으킨 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은 생활이 무척 곤궁했습니다.
세 남자가 누워 있습니다. 옆에 놓인 물건을 단서로 유추해 보면 농부, 기사, 귀족입니다. 중앙에 굵은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출기로 보아 벗나무처럼 보입니다. 그 나무에는 가락지처
럼 둥근 선반에 음식과 술병이 잘 차려졌습니다.
왼쪽 오두막 지붕에도 다양한 파이가 올려졌네요. 그 아래 갑옷을 입은 사내가 입을 벌려 파이가 떨어지길 기다립니다. 우리 속담처럼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셈입니다.
바닥에 누운 세 사람도 꼼짝하지 않고 자다가 깨면, 선반 위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받아먹는 듯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풍부한 천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