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심리를 도대체 모르겠네요. 왜 그런걸까요?

남자들의 심리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이해라도 해보려는 겁니다.
주말이면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소파에 딱 달라붙어선 한숨을 푹푹 쉬며 "아 진짜 죽겠다, 힘들다"를 연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보러 가자 해도, 잠깐 바람 쐬러 산책하자 해도, "좀만 쉬자"며 미동도 안 합니다. 그렇게 ‘움직일 기력도 없다’던 사람이 밤낚시에는 번개처럼 움직여요. 밤새 깨어있고, 차 몰고 몇 시간씩 나가선 물고기 잡는 건 괜찮은가 봐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심지어 먹지도 않고 냉장고만 채워놔요)
"집이 최고다, 우리 마누라가 최고다, 우리 애들 없으면 못 산다"고 말은 하는데, 이상하게 친구 만나러 나갈 땐 얼굴에 미소가 절로 떠오릅니다. "아유~ 나가서 뭐 하냐~"라고 말하면서도 차키를 들고 있는 손이 어찌나 빠른지.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훨씬 좋아 보이는 그 눈빛, 티는 안 낸다지만 다 보여요.
회사일이 힘들고 짜증 난다고 말하면서, "바깥일 해봐라. 진짜 지치고 피곤한 거다"라고 하면서도, 정작 집안일은 그냥 쓸고 닦으면 되는 거라고 말합니다. 혼자 천천히 설렁설렁 하면 되는 거라며, '쉬운 일'이라고요. 그런데 정작 그 쉬운 일은 왜 안 할까요?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관심조차 없어요. 내가 화를 내야 그제야 마지못해 물건 하나 치워요.
집 청소는 평생 안 하던 사람이 새차를 사고 나니, 매주 일요일이면 꼭 서너 시간씩 세차를 합니다. 솔직히 세 시간 동안 닦을 먼지가 그렇게 많은가요? 하루만 지나면 비 맞고 먼지 뒤집어쓰는 차를 그렇게 정성스레 닦는 이유는 뭘까요? 그 정성의 반만 집안일에 써도 나는 이미 행복할 텐데 말이죠.
성적인 부분도 혼란스러워요. 평소엔 그렇게 "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더니, 막상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일주일도 못 가서 피하고 도망다니기 시작해요. 처음엔 설레고 열정적이던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젠 관계할 때도 자꾸 누워서 건성으로 꼼지락거리기만 합니다. 내가 이제 안 해도 된다고 하자, 갑자기 "사람만 바뀌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을 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심리인가요? 자기는 매력적인 줄 아는 걸까요?
이쯤 되면 진짜 묻고 싶어요. 남자들의 심리, 도대체 왜 그런 거죠?
내가 무시받고 있다고 느껴지는데도, 애써 외면합니다. 내가 매력 없는 사람인가 자책하다가도, 남편의 말과 행동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다 또 상처받고 지치고, 혼자 화내고 혼자 풀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어쩌면 남자들은 감정 표현이 서툴고, 책임이나 기대에 눌릴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지도 몰라요. '가족을 위해 산다'는 말 뒤에 숨어서, 자기 욕구는 친구들과의 시간이나 취미에 쏟고, 정작 가족과의 일상엔 참여하지 않으려는 이중적인 태도. 그리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걸지도요.
하지만 사랑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잖아요. ‘힘들다’는 말이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공감이 아니라 회피로 들리고, ‘고맙다, 최고다’는 말이 자꾸만 행동과 반대되면, 그건 진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저는 남자들의 심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뿐이에요.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