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그린피 25만 원은 껌값이고, 내 손목 치료비 10만 원은 벌벌 떠는 그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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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그린피 25만 원은 껌값이고, 내 손목 치료비 10만 원은 벌벌 떠는 그 이중잣대

수줍은토마토 1 5 1 0

지금 시각 창밖에는 날씨가 참 좋네요. 아마 제주도는 더 좋겠죠? 

제 남편은 지금쯤 서귀포 어느 푸른 잔디 위에서 친구들과 카트 타고 바람을 가르며 "야! 오늘 공 잘 맞는다! 나이스 샷!"을 외치고 있겠네요.


저는요? 

저는 방금 이유식 뱉어내고 울어 재끼는 8개월 둘째 달래 겨우 재우고, 이제 곧 어린이집에서 하원 할 첫째 맞이할 준비 하고 있습니다. 거실 꼴은 폭탄 맞은 전쟁터고, 제 몰골은 머리도 못 감아서 추노가 따로 없네요.

 "어쩌다 한 번"이라는 그놈의 면죄부 새벽 5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더군요. 회사 갈 때는 깨워도 못 일어나던 사람이, 소풍 가는 초등학생마냥 들떠서 골프백 챙기는 뒷모습을 보는데... 진짜 골프채로 뒤통수 한 대만 치고 싶었습니다. 현관 나서면서 한다는 말이 가관입니다. "자기야, 나 진짜 힐링 좀 하고 올게! 에너지 충전해서 갖다 와서 육아 더 열심히 할게! 사랑해!"

웃기고 있네. 당신이 에너지 충전하는 2박 3일 동안, 내 에너지는 방전되다 못해 마이너스가 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남겨진 사람의 희생을 담보로 얻는 힐링이 과연 정당한가요?

제주도의 밤, 정말 '잠'만 잘까? 더 열불 터지는 건 밤입니다. 남자 넷이 제주도 갔다? 낮에 공만 치고 밤에는 건전하게 숙소에서 팩 붙이고 잠만 잘까요? 제가 알기로 그 멤버들, 술 좋아하고 유흥 좋아하는 인간들입니다. "우린 진짜 건전하게 운동하고, 딱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만 하고 잘 거야." 라고 맹세하고 갔지만, 개가 똥을 끊지 그 인간들을 어떻게 믿나요.

어제 밤 9시에 영상통화 걸었더니 안 받더군요. 30분 뒤에 카톡 하나 띡 옵니다. [아, 너무 시끄러워서 못 들었어. 이제 파장 분위기야.] 시끄러운 곳? 룸인지 노래방인지, 아니면 그냥 술집인지 알 게 뭡니까. 홀인원 하러 가서 밤에는 딴 데서 구멍 찾고 다니는 건 아닌지, 의심병 걸린 여자 취급받기 싫어서 "그래 재밌게 놀아"라고 보냈지만 속은 타들어 갑니다.

돈, 돈, 돈... 내로남불의 끝판왕 결정적으로 정 떨어지는 건 돈 문제입니다. 이번 여행 경비 대충 계산해 봐도 비행기, 렌트, 숙소, 그린피, 캐디피, 그늘집 간식, 저녁 내기 술값까지 하면 인당 최소 150~200만 원은 깨질 겁니다. 본인 취미 생활에는 "남자가 사회생활하려면 이 정도는 써야지", "친구들 기 죽으면 안 된다"며 쿨하게 일시불로 긁고 가셨죠.

그런데 제가 지난주에 손목이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도수치료 10회만 끊을게"라고 했을 때, 남편 표정 기억합니다. "실비 보험 되냐? 그거 회당 10만 원 넘지 않아? 좀 비싸네... 그냥 파스 붙이면 안 되나?"

와, 그때 느꼈던 비참함은 말로 다 못 합니다. 지 그린피 25만 원은 '투자'고, 애 키우다 망가진 내 몸 고치는 병원비 10만 원은 '낭비'인가 봅니다. 내가 식모입니까? 애 봐주고 집 지키는 가사 도우미도 일당은 받습니다.


 전쟁 선포 남편은 일요일 저녁에 오겠네요. 카톡으로 [제주도 흑돼지 맛집] 사진 찍어 보내면서 "여기 죽인다, 나중에 애들 크면 같이 오자" 하는데... 약 올리는 건가요? 지금 당장 내 입에 쌈 싸 넣어줄 거 아니면 염장 지르지나 말지.

나도 내일 친정 엄마 호출했다. 당신 카드 들고 백화점 가서 한도 초과 문자 날아가게 해 줄게. 그 골프채, 당근마켓에 '무료 나눔'으로 올라가기 싫으면 기어서 들어와라.

1 Comments
성인남성 2시간전  
글에서 느껴지는 분노감이 언제 갑자기 생길지 모르는 미래 파트너에게 뭐라도 하나 더 해주려면 돈 벌어야 하니깐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여기까지 느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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