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부부관계, 원인을알지만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있다
Kdoeie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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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요즘 나는 부부관계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없다. 아니, 재미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남편이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질 때가 많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남편이 은근한 신호를 보내오면, 나는 반사적으로 자는 척을 하거나 몸을 돌려 눕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남편의 실망한 기색이 등 뒤로 느껴지지만, 그 죄책감보다 행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주는 피로도가 훨씬 더 크다.
처음에는 내가 성욕이 없는 사람인가, 혹은 나이가 들어 호르몬의 변화가 생긴 건가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관련 서적도 뒤적여봤다. 하지만 곰곰이 내 내면을 들여다보면 성욕 자체가 메말라 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우연히 로맨스 드라마의 뜨거운 장면을 보거나 매력적인 배우를 볼 때면 내 안에서도 분명히 어떤 울림이 느껴진다. 내 몸은 여전히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뜨거워지고 싶은 욕구가 살아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남편이 되는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감각이 차갑게 식어버린다.
이 지점에서 나의 고민은 깊어진다. 내가 느끼는 이 '귀찮음'의 정체가 단순히 행위의 번거로움이 아니라, '만족되지 않음'에서 오는 좌절감은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이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게 아니라, 눈앞에 있는 음식이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아서 식욕이 도망가버린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성실하고 가정적이며,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큰 소리 한 번 낸 적 없는 다정한 남자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사람으로서 그는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파트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좋은 사람'과 '섹시한 남자'는 별개의 문제다. 슬프게도 지금의 남편에게서는 남자로서의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를 보면 든든한 가족애나 전우애는 느껴지지만, 심장을 뛰게 하거나 본능을 자극하는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이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남편이 오랫동안 복용해 온 탈모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약 덕분에 남편은 또래보다 풍성한 머리숱을 유지하고 있고, 외모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칭찬해 줄 만하다. 하지만 그 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요인인지 몰라도 남편에게서는 남성 특유의 야생성이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의 그는 늘 수동적이거나, 기계적인 패턴을 반복할 뿐이다.
관계를 가질 때도 남편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약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서인지 사정 양도 줄어든 것 같고, 강직도나 지속력 같은 기능적인 면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본인도 그걸 의식해서인지 위축되어 있는 게 눈에 보이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러움이 앞선다. 하지만 안쓰러움은 연민일 뿐, 성적인 흥분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의 풀 죽은 모습, 부드럽고 유약해진 느낌은 나를 더욱 차갑게 만든다. 거칠게 리드하거나 나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이, 그저 의무감에 숙제하듯 치러지는 관계는 나에게 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는 관계 도중에도 끊임없이 딴생각을 한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내일 아침엔 뭐 먹지', '천장을 새로 도배해야 하나'. 내 몸은 그곳에 있지만 정신은 완전히 분리되어 천장 위를 부유한다. 남편은 나름대로 애를 쓰며 나의 반응을 살피지만, 나는 가짜 신음조차 내기 힘들 만큼 무미건조한 상태다.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그가 만족하고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는 내 자신이 때로는 비참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만족이 안 되어서 생기는 불만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더 괴롭다. 차라리 내가 성욕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냥 부부관계를 포기하고 사는 거라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나는 아직 젊고,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뜨겁게 교감하고 싶은 욕구가 살아 꿈틀대는데, 그걸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파트너에게서는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하게 만든다.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다. "당신이 남자로 안 보여", "약 때문에 그런지 당신 너무 매력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고, 우리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낼 게 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뻔한 거짓말들로 잠자리를 피한다. 거절당한 남편의 쳐진 어깨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만, 억지로 응했을 때의 그 끔찍한 공허함보다는 차라리 죄책감이 낫다고 합리화한다.
가끔은 우리가 남녀로서의 수명을 다한 건가 싶어 두렵다. 6년 차에 벌써 이러면, 앞으로 남은 수십 년의 결혼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룸메이트처럼, 정서적인 유대감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아직 30대이고, 여자로서의 삶이 여기서 끝났다고 인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남편과의 잠자리 이야기를 하거나, 방송에서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씁쓸함을 삼킨다. 남들은 다들 저렇게 사는데 나만 유별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다들 쇼윈도 부부처럼 연기하며 사는 건데 나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기도 하다.
탈모약을 끊어보라고 할 수도 없다. 머리카락은 남편의 외모 자신감과 직결된 문제라 그건 건드릴 수 없는 성역과도 같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얻은 머리카락과 맞바꾼 것이 우리의 부부생활이라면, 그 기회비용이 너무 크지 않나 하는 원망 섞인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약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시간이 흘러 익숙해짐이 주는 자연스러운 소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내 옆에 누워 있는 이 남자에게서 아무런 설렘도, 욕망도 느끼지 못한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대단한 테크닉이나 영화 같은 로맨스가 아니다. 그저 서로의 살이 닿았을 때 찌릿한 전기가 통하고, 서로를 탐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그런 본능적인 끌림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그게 내 남편과의 사이에서 불가능하다면, 나는 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재미없고, 귀찮고, 왜 하는지 모르겠는 이 행위가 사실은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기에 더 고통스럽다는 아이러니. 이 딜레마 속에서 나는 오늘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