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사랑과 존중을 가장 잘 드러내는게 잠자리궁함이 아닐까요? 그것마저도 기분에 따라 거부하는데 사랑하고 존중한다고 표현할 …
부부란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 서로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던가요. 그런 부부 사이에서 사랑과 존중을 가장 태초의 방식으로, 가장 뜨겁게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잠자리궁합'이라고, 나는 믿어왔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육체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당신은 여전히 내게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강력한 언어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에게 그것은 그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옵션에 불과한가 봅니다.
물론 압니다. 기분이 나쁠 수도, 몸이 지칠 수도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나의 서글픔은 그 '거부'의 행위 자체보다, 그 거부가 반복되면서 내게 쌓이는 '존재의 부정'에 있습니다.
기분에 따라 나를 거부하는 당신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당신에게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파트너'인지, 아니면 당신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선택지'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정말 나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내 기분과 나의 간절한 욕구가 그렇게 쉽게 외면당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사랑과 존중이라는 따뜻한 단어들이, 당신의 등 뒤에서 속절없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이, 오늘 밤은 왜 이리 뼈아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 공간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가장 깊은 연합의 순간에는 각자의 섬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의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이 새벽,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그 '사랑과 존중'의 표현 방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어 외롭습니다.
이 새벽의 끝에, 우리의 멀어진 거리가 다시 좁혀질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각자의 섬이 더 공고해질지, 두려운 마음으로 눈을 감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