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잠 못 이루는 동료분들께 위로의 잔을 건넵니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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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불 꺼진 집안을 가만히 둘러보는 밤입니다.
큰아이는 훌쩍 커서 대학 캠퍼스로 떠나버렸고, 품 안의 자식 같던 둘째도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 자기만의 세상과 학업에 푹 빠져 있네요. 아이들 뒷바라지에 정신없이 살 때는 집안이 늘 북적거리고 쉴 틈이 없었는데, 언제부터 이 집안의 공기가 이토록 조용하고 서늘해진 걸까요.
반쯤 열린 안방 문틈으로 먼저 잠든 아내의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십 대의 풋풋했던 우리가 만나 치열하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어 올리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사랑보다는 의리로, 부부라기보다는 아주 친밀한 '전우'로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색해진 건조한 일상 속에서, 문득 '진짜 내 모습은 어디쯤 두고 왔을까' 하는 먹먹함이 밀려옵니다. 나는 누구의 아빠, 누구의 남편으로만 살다가 이대로 조용히 나이 들어가는 걸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치는 밤이네요.
다들 겉으로는 단단한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저처럼 길 잃은 소년, 소녀의 텅 빈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고 계신 거겠죠. 현실에서는 어디 가서 이런 철없는 푸념을 늘어놓겠습니까.
그저 이 늦은 밤, 저와 비슷한 헛헛함을 안고 잠 못 이루는 하모이 동료분들이 계신다면 조용히 화면 너머로 위로의 잔을 부딪치고 싶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시느라,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혼자가 아니니 너무 깊은 우울에 빠지지는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