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내 끝에 마주한 나만의 시간, 그리고 지키고 싶은 품격에 대하여
섹스리스라는 긴 터널 속에서도 오직 가정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행복한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40대가 되었고, 이제야 비로소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더 늦기 전에 잊고 살았던 나를 위한 시간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려 나름대로 노력했던 지난 시간의 기록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봅니다.
텅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 두드렸던 문들
골프, 독서, 와인, 테니스, 자전거, 볼링까지... 동네 모임부터 오픈 채팅과 동호회 어플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계기를 억지로라도 만들어보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이성이 생기기도 하고, 찰나의 눈빛을 주고받는 설렘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찰나의 설렘을 넘어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벽이었습니다.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대화와 가치관은 맞아야 할 텐데, 그 평범한 조건조차 충족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간 제 마음의 문을 두드렸던 인연들을 되돌아보면 이렇습니다.
마음에 닿지 못한 인연의 조각들
- 신뢰를 저버리는 불투명함 가볍게 만나 즐기는 사이라면 연락이 끊기거나 약속을 어기는 것도 이해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생 약속을 금처럼 여기며 살아온 제게, 예고 없는 잠수나 습관적인 약속 위반은 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무례함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결코 진심을 나눌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 계산이 앞서는 노골적인 태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다 보니 데이트 비용이나 근사한 식사는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은근슬쩍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돈 이야기를 꺼내고 사치를 일삼는 분들을 볼 때면, 힐링을 위해 나온 제 시간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현장이 되곤 했습니다.
- 결여된 끌림, 일방적인 구애 저와 생각도 잘 맞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대시해오는 동갑내기 여성분도 있었습니다. 가치관은 비슷했을지 몰라도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감정이 동하지 않는 관계는 그저 서류상의 계약처럼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아무거나 주워 먹지 않는 삶, 그 마지막 자존심
사실 문제는 제 안에 있었습니다. 결혼 후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어렵게 결심했는데, 막상 누군가를 만나려니 발걸음이 선뜻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참아온 세월이 억울해서라도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다는 보상 심리가 생기더군요. 이왕 인연을 맺을 거라면 매력이 넘치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답거나... 무언가 하나라도 확실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초라해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아무거나 주워 먹고 다녀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것을 먹고 품격 있는 곳에서 머물러야 내 가치와 품위가 지켜지는 법이니까요.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말처럼, 제 곁의 인연도 그만큼의 품격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정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살았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살고 싶은데, 그 길 또한 그리 평탄하지는 않네요. 무미건조한 일상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내 삶의 품위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 모순된 마음.
다른 분들은 이 깊은 갈증을 어떻게 달래며 살아가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