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난 연휴 마지막 날 밤,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 한 캔 마십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네요. 아이들은 내일 등교할 준비 시켜서 겨우 재웠고, 남편은 내일 출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서 코 골며 자고 있습니다. 며칠 내내 북적거리고 시끄러웠던 집안이 이제야 쥐죽은 듯 고요해지니 귓가가 다 멍해지는 기분입니다. 냉장고 구석에 남아있던 시원한 캔맥주 하나 꺼내서 식탁에 혼자 앉았는데, 묘하게 서글프면서도 속이 후련하네요.
이번 설 명절은 유난히 길고 고되게 느껴졌습니다. 시댁 가서 전 부치고 설거지 무한반복 하다가 친정 와서는 또 누워만 있는 남편 눈치 보느라 마음 편히 쉬지도 못했거든요. 차 막힌다고 짜증 내는 남편 비위 맞추고, 양가 부모님 용돈 봉투 두께 신경 쓰느라 머리 아팠던 지난 며칠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정작 내 몸 하나 편하게 누일 시간은 없었는데 연휴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네요.
안방에서 들려오는 남편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저 인간은 참 편하겠다 싶은 얄미운 마음이 듭니다. 운전 좀 했다고 온몸에 파스 붙이고 앓는 소리를 하던데, 명절 내내 감정 노동에 육체 노동까지 시달린 저는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무사히 큰 산 하나 넘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이 조용한 밤공기를 온전히 혼자 즐겨보려고 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전쟁 같은 하루가 시작되겠죠. 알람 소리에 깨서 아침 차리고 허둥지둥 집을 나설 텐데, 지금 이 고요한 새벽 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상상도 해봅니다. 회원님들도 다들 저처럼 잠 못 이루고 혼자만의 시간 보내고 계시나요. 며칠 동안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사느라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밤은 남은 맥주 시원하게 비우고 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