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능력이다"라는 말, 그거 다 사기였습니다.
내년이면 앞자리가 4로 바뀝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야, 남자는 얼굴 필요 없어. 능력이야. 공부 열심히 하고 돈 많이 벌면 여자는 줄을 선다."
그 말만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남들 연애하고 놀러 다닐 때, 저는 도서관에 박혀 있었고, 현장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또래보다 자리는 빨리 잡았습니다. 번듯한 아파트도 있고, 남들이 알아주는 외제차도 굴립니다.
주말에 골프 치러 다닐 정도의 여유도 생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돈을 버니까 여자가 줄을 서기는커녕, 제 못난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소개팅? 많이 해봤습니다. 주선자가 "능력 진짜 좋은 형이야"라고 입이 닳도록 칭찬해서 나갑니다.
카페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 상대방 여성분의 표정이 0.1초 만에 굳어지는 걸 저는 봅니다.
예의상 커피는 마셔주지만, 그 눈빛에는 '아, 돈이고 뭐고 이건 좀 아니다'라는 게 쓰여 있어요.
애프터요? 읽씹 아니면 "좋은 분 같지만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복사 붙여넣기 멘트뿐입니다.
친구 놈들은 그럽니다. "야, 그 돈 뒀다 뭐 하냐? 그냥 업소 가서 즐겨. 풀살롱 가서 황제 대접받아."
근데 저는 그게 죽어도 안 맞습니다.
돈 내고 사는 가짜 웃음, 시간 되면 "오빠 끝났어" 하고 나가는 그 차가움이...
저는 너무 비참합니다. 저는 섹스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오늘 힘들었지? 밥 먹자"라고 해주는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거거든요.
거울 속에 비친 배 나오고 머리 숱 빈 제 모습을 보면, 통장 잔고가 휴지 조각처럼 느껴집니다. 돈으로 얼굴을 뜯어고치기엔 이미 늦은 것 같고, 성형외과 견적 낼 용기도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