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끔찍한 일을 겪고 남자를 혐오하며 40대가 되었습니다. 이제와서 사무치게 후회되는 것이 있네요.
마흔 줄에 접어든,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독신 여성입니다. 남들 다 가는 시집 왜 안 가냐, 눈이 높은 거 아니냐는 소리를 지겹도록 듣고 살지만, 사실 저는 남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제 인생은 10대 시절 그날 이후로 완전히 멈춰버렸거든요.
어린 시절, 동네에서 친오빠처럼 따르던 옆집 오빠와 제 친구 한 명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유린당했던 그날의 공포는 제 영혼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어리고 무서워서 신고는커녕 부모님께 말 한마디 못 했습니다. 그저 죄인처럼 숨죽여 울기만 했죠.
그 뒤로 저는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습니다. 남자는 모두 짐승 같아 보였고,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비웃는 것만 같아서요. 타지에서 정말 죽기 살기로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은 굳게 닫은 채였죠. 누군가 호감을 표해와도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쳤고, 그렇게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20대와 30대를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다 건너건너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를 그렇게 만든 그 옆집 오빠라는 인간, 이십 대 초반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큰 사고가 나서 하반신 불구가 되었다더군요. 그 친구 놈 소식은 끊겨서 알 수 없고요.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인과응보라며 속이 시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쁨보다는 허무함이 밀려오더군요.
이제 와서 40대가 되어 지난날을 돌아보니, 억울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그 인간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 기억에 얽매여 스스로를 학대하며 허비해버린 제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요.
그 나쁜 놈은 천벌을 받았는데, 정작 피해자인 저는 왜 평생을 감옥 속에 갇혀 살았을까요. 신고를 못 한 것도 후회되지만, 그보다 더 후회되는 건 '그냥 잊고 보란 듯이 잘 살아볼걸' 하는 것입니다.
그깟 놈들 때문에 내 꽃다운 청춘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었던 그 수많은 기회를 다 날려버렸다는 게 너무 분하고 원통합니다. 트라우마라는 핑계로 제 인생을 방치한 건 결국 저 자신이었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거울 속에 비친 지친 제 모습을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부디 저처럼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오늘을 망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당신의 삶은 그 상처보다 훨씬 소중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저는 이제라도 그 기억에서 탈출해 보려 합니다. 늦었지만 저를 위해 살아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