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우리 헤어질까" 말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용기가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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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우리 헤어질까" 말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용기가 안 나네요.

익명 0 4 0 0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미 쉬는 부부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관계가 없는 건 둘째치고, 이젠 남편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요.

결혼 7년 차, 아이는 하나 있습니다. 남편은 밖에서는 능력 있고, 집에서는 아이 잘 봐주는 '좋은 아빠'예요. 근데 저한테는 그냥 '같이 사는 룸메이트' 같아요. 심지어 룸메이트는 말을 걸면 대답이라도 하죠.

제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응, 알았어", "그렇구나"가 전부입니다. 부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아예 듣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건 기본이고요. 제가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립니다.

며칠 전에는 정말 참다못해 "우리 이럴 거면 그냥 헤어질까?" 하고 던져봤습니다.

남편은 순간 멈칫하더니, "무슨 소리야. 아이는 어떻게 할 건데. 그리고 나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라며 경제적인 이야기로 대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제 감정이나 힘듦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는 돈 문제보다 감정의 단절이 더 큰 문제인데 말이죠.

그때 느꼈습니다. 남편에게 저는 '가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

문제는 아이입니다. 아이가 너무 착하고 밝아요. 매일 아빠한테 안기고 뽀뽀하는 아이를 보면서, 제가 이 가정을 깨는 게 맞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해요. 아이에게 이혼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저는 남편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고, 저 스스로 이 상황을 감당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변하지 않을 거고, 제가 싸움을 걸어봤자 아이에게만 안 좋은 모습을 보일 게 뻔합니다.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저의 정신적인 건강을 지키고, 아이에게는 따뜻하고 좋은 엄마로 남아 있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요?

괜히 감정적으로 굴지 않고, 담담하게 이 관계를 지속하면서 저 자신을 지켜내는 법을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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