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는 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나봐요
요즘 제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결혼한 지 꽤 된 평범한 아내이고, 남편과는 몇 년 전부터 섹스리스 상태로 지내고 있어요. 그냥 대화 없이 서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넘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예 스킨십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손도 잘 잡지 않고, 껴안는 일도 거의 없고, 그냥 같이 사는 동거인처럼 지내는 것 같아요.
문제는… 저 스스로는 아직 욕구가 있다는 거예요.
남편은 전혀 먼저 다가오지 않습니다. 가끔 제가 대화를 꺼내보려고 하면 "피곤하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뭘 그런 걸 따져"라면서 대충 넘기고요. 그럴 때마다 제가 너무 모자란 사람 같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제 본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더라고요. 몇 달에 한 번씩, 정말 참다 못할 때가 옵니다. 그럴 때 저는 자고 있는 남편 옆에 다가가 바지 속에 손을 넣고 제 몸을 달래듯 만지면서 그 순간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해요. 남편은 그때마다 귀찮다는 듯, 마지못해 응해줍니다. 못 이기는 척, 피곤한 사람 억지로 끌려나온 느낌… 그런 반응이 너무 명확하게 느껴져서 저는 오히려 더 비참해져요. 마치 제가 구걸하듯 다가가는 것 같고,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제 자존심을 계속 버리는 기분입니다.
저는 제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참고 지나가면 되는데, 몇 달을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저도 모르게 남편에게 달려가 버려요. 끝나고 나면 허무하고, 너무 비참하고, "내가 왜 이러나" 싶습니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제가 가장 괴로운 건 남편이 단 한 번도 먼저 다가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저 혼자만 애타고, 저 혼자만 원하고, 저 혼자만 무너지는 것 같아요. 만약 남편이 정말 저를 원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솔직히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저 피곤하다는 말로만 돌려버리니까 더 미치겠어요. 도대체 남편은 저를 여자로서 매력을 못 느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성욕이 사라진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저도 이제는 욕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냥 차분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어요. 더 이상 이런 문제로 속 끓이지 않고 싶고, 남편의 반응 하나에 제 기분이 무너졌다가 올라갔다가 하지 않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제 몸은 자꾸 반응하고, 머리는 "그만해라, 이제 무의미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 본능이 다시 올라옵니다.
사실 이런 얘기 어디 가서 하기도 너무 부끄럽습니다. 친구들이랑도 이런 얘기는 못 하고, 부모님이나 가족에게는 더더욱 말 못 하죠.
저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은 없는 듯 살아가는데, 저는 자꾸만 갈증을 느끼고, 그 갈증을 못 이겨 결국 제가 먼저 다가가고,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탓하고…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과,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제 안에서 올라오는 본능적인 욕구… 이 세 가지가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욕구가 없는 상태로, 평온하게, 그냥 담담하게 남편과 살고 싶어요. 그런데 제 몸과 마음이 자꾸만 저를 배신하네요.
저는 남편이 먼저 다가오길 바라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 한켠에서는 계속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더 큰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예 욕구 자체가 사라지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