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에서 부부관계가 이렇게 중요한 줄은 정말 몰랐어요.
결혼 전 연애 시절에는 성관계를 원하지 않고 잘 참아주는 지금의 남편이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성욕이 많지 않았고, 그런 부분에서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에 지쳐 성관계는 물론이고, 각방을 사용한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지내는 것이 편안해졌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제게 성욕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특히 배란기 전후가 되면 특정 날들이 되면 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지더라고요. 저는 이게 왜 그런지 몰랐는데,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잊고 지냈던 감정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커지는 욕구에 남편에게 넌지시 말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9살이 많은데, 그는 이제 성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이제 성욕에 휘둘리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며, 관계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노력해도 잘 안될 것 같고, 억지로 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제 막 성관계에 눈을 뜬 것 같은데, 남편은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으로 말하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평생 남편만 바라보며 살았고, 다른 남자와는 단 한 번도 관계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성관계에 눈을 뜨니, 남편은 거부하고, 저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남자들이 성관계에 미쳐서 외도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것을 보면 인간 같지도 않고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저 자신이 그런 상황이 되니 제 머리가 미쳐가는 것 같아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꾸만 엉뚱한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이런 제가 너무 싫고, 제가 미쳐가는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합니다.
지난밤에는 남편에게 울면서 제발 노력이라도 해보자고 애원했어요.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과의 관계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힘든 시간을 겨우 이겨내고 이제야 자유로워졌는데, 더 이상 이런 문제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데, 제가 남편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너무 서운했어요. 제가 미운 거겠죠? 제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결혼 생활에서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육체적인 관계가 이렇게 중요하고, 없으면 이렇게 힘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결핍감이 저를 이렇게 무너뜨릴 줄은 상상도 못 했고요. 이대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