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연락이 온 여사친...
한두해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거래처 등에서 연락 오는 경우도 있어서 모르는 번호라도 전화를 일단 받고 보는 성격입니다.
"OO 번호 맞나요?" 낯선 여성의 목소리..."네. 맞는데 누구시죠?"
"나 OO야...." "??? 누구시라구요?"
"싸이월드에서 일촌이었던...OO라고 기억안나?"
네..싸이월드 한창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죠. 그 시절 파도타기로 건너건너 어찌어찌 알게 된 여사친이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만 댓글 주고 받고 기회가 되어 전화 통화까지는 했었지만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지는 못했던...(살짝 관심있어서 오프라인으로 얼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거절받은 기억..)
후에 저는 졸업 후 좀 이른 나이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었던...
(썸이랄 것도 없었던 진짜 여사친...) 그 친구는 번호를 안지우고 남겨뒀었나봅니다.
10년도 더 지나서 왠 뜬금없는 연락인가 싶어 경계심 부터 들더군요..(보이스 피싱인가? 보험이라도 팔려는 건가??)
싸이월드가 한번 백업된다는 뉴스를 본적 있는데 마침 그 친구도 그래서 다시 들어가서 옛 게시물들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더랍니다...(여전히 뜬금없지만...."엥? 그런 이유로 10년만에 연락한다고?")
조심스럽게 근황을 묻습니다.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몇 인지..뭐하고 사는지..
저는 연상의 아내 만나 아들 둘 키우며 살고 있고 작게 사업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딸하나 아들하나 두고 자영업(학원) 하고 있는데 꽤 잘되나봅니다.
근황 이야기 하며 자연스레 조금씩 놀란 마음과 경계심이 풀리고 사는 이야기 좀 더 나누는데,
몇일 여행 준비한다길래...어디어디 가봐라 추천해주며 남편분이랑 가면 좋을꺼다..이야기해주니..
혼자 갈꺼랍니다. 남편이랑은 안간답니다..
무슨 소린가 좀더 들어보니...만난지 오래 안된 시점에 덜컥 임신을 하게 되어 결혼하게 되었는데,
살아보니 너무 안맞다는 겁니다. 서로 다른것도 다른 건데..문제는 다른 성향에 대해 남편은 자신을 지적하고 갈등이 생기니 손찌검 한적도 있다더군요.
걱정되는 마음에 이혼을 권하고 아는 변호사 소개해주겠다고 상담 아닌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일주일도 채 안되게 그냥 친구로 걱정, 조언 상담해주는 차원으로 카톡, 통화하다가...
문득 살짝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왠지 이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그 후로 선톡을 멈췄습니다.
카톡 오면 답만 간략히 하고..
그 친구도 제가 조심스러워 진 걸 느꼈는지...한동안 연락이 뜸하더군요..
몇 개월 (거진 1년 가까이?) 지나서 늦은 밤 또 한번 카톡이 왔습니다. "OO야.."
이상하게 반가운 마음. 미안한 마음 등이 섞인 묘한 감정으로 답하게 되었지요.
그간 어찌 지내나 물어봤습니다...별 다를 일 없이 여전히 그 친구의 결혼생활은 지옥이더군요..
이야기 나누다가 자연스레 제 결혼생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섹스리스인 상황...이런저런 아내와 저의 성향차이..
그 친구가 듣더니 "나는 그런 거 좋은데 왜 싫어하지?"라는 반응입니다.
제 성향이나 제가 바라는 점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더군요.
그 친구는 역으로 남편이 출산 후 본인이 매력적으로 안느껴진다고 하며 애무도 없고 일방적으로 자기만 느끼고 끝난다는 불만...역시 자연스레 섹스리스인 상황을 이야기 하더군요..
이후로 대화는 뭔가 좀 더 개방적으로 살짝 살짝 야한 농담이 곁들여 졌습니다.
뭔가 제가 한발짜국만 더 나서면 뭔가 이뤄질 것 같은..
묘하게 설레이다가 문득 겁이 나더군요...
네 전 겁이 많고 조심스런 성격입니다. 술, 담배도 안하고 도박이라곤 내기 당구나 고스톱 점 100도 안하는 좀 고지식한 스타일이죠..
그래서 그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 대화가 그냥 친구사이라고 하기에 선을 좀 넘은 거 같고..
나는 이런 관계를 지속할 자신이 없다.
네가 많이 힘든 상황이고 친구로써 안타깝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주어야한다면 그 대상은 아직은 지금 내 아내라고 생각한다. 미안한데, 나 너 연락 못받겠다."라고 말하고
대화방을 퇴장하고 그 친구를 차단했습니다. 전화번호도 지운건 당연하구요.
전 사실 아내가 첫 연애인 터라..이성과 이런 대화를 나눠 본 경험 조차 없었던 터라...어찌 해야할 줄 몰랐습니다. 감당이 안되었었죠..
연락을 차단하긴 했는데 보름은 자꾸 그 친구 생각이 나고 멍~해지더군요...
현재 섹스리스 상태인 제 처지가 더 갑갑해지고...우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좀 더 대화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글로 표현도 해봤지만 아내는 여전히 성적인 관계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고..
자꾸 제가 그 주제를 언급하는 것을 압박으로 느끼더군요..
오히려 제가 너무 섹스에만 집착하는 과한 성욕의 소유자인 것 처럼 비난하듯 말하는 아내에게
질려버렸습니다.
아마 제 성적 취향과 성적 갈망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준 그 여사친의 영향이 없을 수 없었겠죠?
이제와서 다시 여사친에게 연락할 자신은 없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유혹을 뿌리치고 스스로를 지켰다고 생각한 제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아내는 여전히 저를 성욕 많은 짐승으로 보고...
누구 좋자고 좋은 기회를 놓쳤나 싶은 생각도 들구요..
10여년간 꾹꾹 누르고 참아왔던 연못에 그 친구가 뭔가 돌을 던진 기분입니다.
더이상 뭔가 참고 사는 게 억울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고 제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껴지며
10년 이상 느껴보지 못한 우울한 감정이 울컥울컥 북받치네요.
지금까지 섹스리스로 10여년 살아왔지만 그냥 좀 힘들다 정도였지...한번도 불행하다 우울하다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지금의 이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