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원하던 몸무게에 가까워질수록 거울 속 내 모습도 점점 내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워졌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공허함이 밀려왔어요.

기뻐야 할 순간인데도 마음은 고요했고, 기대했던 설렘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사실 예뻐지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어요.

조금 더 예쁜 아내가 되고 싶었고, 남편의 마음을 다시 내게 돌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안의 기본적인 욕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배가 고프지도 않고, 무엇을 간절히 원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하고 싶다는 감정조차 점점 흐릿해졌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욕망이라 부르던 많은 감정들이 결국은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라는 걸요.

사랑도, 설렘도, 그리움도 결국은 몸속 어딘가에서 분비되는 작은 신호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감정들이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다니, 마음 한구석이 허무하고도 슬퍼졌어요.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조차 언젠가는 희미해지고,

현실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다가왔어요.

욕구가 사라지니 삶의 의욕도 함께 줄어든 걸 느꼈어요.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지, 어떤 감정으로 이 삶을 마주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게 되었어요.

위고비는 내 몸을 가볍게 만들어줬지만, 내 마음까지 가볍게 해버린 것 같았어요.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웃음이 나지 않고, 예전처럼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도 잘 들지 않았어요.

남은 건 그저 조용한 외로움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