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품고사는 연인 한명쯤 있으신가요? 오늘 만나러갑니다
남편 출근시키고 화장대 앞에 앉은 지금, 제 손이 다 떨리네요.
아침 7시, 현관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출근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대충 머리를 질끈 묶고 밀린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렸겠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남편이 나간 직후부터 제 심장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아 묘하게 뒷덜미가 서늘해지네요.
오늘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다고, 오늘 좀 늦을지도 모른다고요. 남편은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며 평소처럼 다정하게 웃고 나갔는데, 그 얼굴을 보니 잠시 찔리면서도 제 가슴속은 다른 이유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만나러 가는 사람은 동창이 아닙니다. 20대 때 정말 열렬하게 좋아했던 옛 연인입니다. 10년 넘게 소식 한번 모르고 살았는데, 얼마 전 귀국했다며 잠깐 얼굴이나 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안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을 뜬눈으로 고민하다 결국 알겠다고 답장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지금 저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습니다. 평소엔 5분이면 끝나는 기초 화장인데 오늘따라 30분째 거울만 보고 있네요. 남편은 색이 진하다며 싫어하던 립스틱을 꺼내 바르고, 옷장 구석에 숨겨뒀던 라인 들어간 원피스도 꺼내 입었습니다. 살이 쪄서 지퍼가 겨우 올라가지만, 거울 속 모습이 왠지 모르게 서글프면서도 엄청난 전율이 돋습니다. 누구의 아내, 누군가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한 명의 여자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이 설렘이 무서우면서도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제 자신이 참 뻔뻔하게 느껴집니다. 약속 장소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계속 거울만 보게 될 것 같아요. 그 사람 눈에 제가 아직 예뻐 보일까 기대하는 이 마음, 저 진짜 미친 것 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