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우리 헤어질까" 말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용기가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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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우리 헤어질까" 말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용기가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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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미 쉬는 부부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관계가 없는 건 둘째치고, 이젠 남편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요.

결혼 7년 차, 아이는 하나 있습니다. 남편은 밖에서는 능력 있고, 집에서는 아이 잘 봐주는 '좋은 아빠'예요. 근데 저한테는 그냥 '같이 사는 룸메이트' 같아요. 심지어 룸메이트는 말을 걸면 대답이라도 하죠.

제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응, 알았어", "그렇구나"가 전부입니다. 부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아예 듣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건 기본이고요. 제가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립니다.

며칠 전에는 정말 참다못해 "우리 이럴 거면 그냥 헤어질까?" 하고 던져봤습니다.

남편은 순간 멈칫하더니, "무슨 소리야. 아이는 어떻게 할 건데. 그리고 나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라며 경제적인 이야기로 대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제 감정이나 힘듦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는 돈 문제보다 감정의 단절이 더 큰 문제인데 말이죠.

그때 느꼈습니다. 남편에게 저는 '가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

문제는 아이입니다. 아이가 너무 착하고 밝아요. 매일 아빠한테 안기고 뽀뽀하는 아이를 보면서, 제가 이 가정을 깨는 게 맞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해요. 아이에게 이혼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저는 남편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고, 저 스스로 이 상황을 감당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변하지 않을 거고, 제가 싸움을 걸어봤자 아이에게만 안 좋은 모습을 보일 게 뻔합니다.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저의 정신적인 건강을 지키고, 아이에게는 따뜻하고 좋은 엄마로 남아 있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요?

괜히 감정적으로 굴지 않고, 담담하게 이 관계를 지속하면서 저 자신을 지켜내는 법을 알고 싶어요.

9 Comments
익명 12.04 16:11  
이미 알지 않나요??
익명 12.04 18:01  
가장 좋은 건 자아실현이죠.
시간만 있으면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전 아직도 20년은 더 일해야해요.
나를 위한 시간은 하루에 1시간도 없어요.
이걸 쪼개서 20분 정도 기타를 치거나 책을 읽어요.
그마저도 안하면, 난 대체 뭘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어서요.
익명 12.05 03:53  
아싸 원츄~
익명 12.05 10:50  
글을 읽어보니 아이를 위해서 이혼은 하고 싶지 않으신거 같네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드세요. 그것이 가능 하다면 취미활동을 해보세요. 아니면 모든것을 내려놓고 섹파를 만드세요. 어차피 나랑 해주지도 않는데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야죠
익명 12.05 12:52  
방법이 뭐가있겠어요
뻔한걸 알면서 물어보시네요
익명 12.06 10:19  
저도 같은심정이에요
익명 12.08 18:14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글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이네요.
어떻게 잘 살것인가? 늘 정답만 찾을수는 없으니 나의 삶은 갉아먹지 않는선에서 여러가지 도전을 해보세요~
익명 12.08 21:50  
저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막상 만날려고 하면 겁이나서 못만나겠더라구요. 혹시나 여기 비슷한 지역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분이 있으면 쪽지 보내서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봐요~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면 뭔가 풀릴수도 있으니
익명 12.10 12:36  
저도 남자들은 모두들 그짓한번하려고 목숨거는 바보들이라고 생각해왔던 제가 바보였어요 ㅜㅜ
왜 하필 몇 없는 욕구없는 남자를 만나버렸는지 제 젊음이 지나가는게 너무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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