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 자락을 책임져주던 친구 박찬호와의 인연
박찬호는 내 단골 나이트클럽의 웨이터였다. 그 녀석의 부킹은 언제나 홈런으로 이어졌는데, 보는 눈이 남달랐던 것 같다
나이트클럽 구석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홀작이던 그 시절이 아직도 선명하다.
거의 매번 비슷했다. 조금 취한 목소리로, 혹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원래 이런 데 안 와. 진짜. 그냥 오늘은… 홧김에.”
그 말 한마디에 이미 반쯤 문이 열려 있었다. 돌파구가 없는 여자들이었다. 결혼한 지 몇 년 된 유부녀, 애 둘 키우는 엄마, 아니면 남편이 해외 출장 간 사이 혼자 남은 여자. 집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숨구멍 같은 곳. 그때만 해도 어플도 없었고, 오픈채팅도 없었다. 그냥 나이트클럽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아무도 모르게, 이름도 제대로 안 밝히고, 그냥 그 밤만 불태우고 헤어지면 되는 곳.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웃어주면서 잔을 채워줬다. 그리고 곧 그녀가 먼저 손을 잡았다. 춤추다 말고 복도 쪽 어두운 구석으로 끌어가거나, 아니면 클럽 근처 모텔로 직행했다. 처음엔 대부분 긴장한 얼굴이었다. “나 진짜 이런 거 처음이야…” 하면서도 옷은 자기가 먼저 벗었다. 결혼반지 낀 손가락으로 내 벨트를 풀고, 입술을 맞추면서 작은 신음을 흘렸다.
한 번은 서른 중반쯤 된 여자가 있었다. 남편이 지방 근무라 한 달에 한두 번만 집에 온다고 했다. “애들은 친정에 맡겨놓고 나왔어.” 모텔 방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문을 잠그고 나를 벽에 밀쳤다. 키스하면서 이미 젖어 있었다. 내가 손가락을 집어넣자 허리를 움찔하며 “천천히… 아니, 그냥 세게 해”라고 속삭였다. 침대에 눕히고 다리를 벌리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신음을 삼켰다. 처음엔 조심스러웠지만 곧 내 허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으며 더 깊이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땀에 젖은 몸이 서로 달라붙고, 침대 머리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절정에 이를 때면 “아… 씨발…” 하고 욕을 섞어 가며 몸을 떨었다. 끝날 때쯤엔 나를 끌어안고 한참을 숨만 골았다. “이런 거… 집에서는 절대 못 해.”
다른 여자도 비슷했다. 서른 초반의 어느 유부녀는 클럽에서 나를 보자마자 이미 눈이 풀려 있었다. “오늘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서 왔어.” 모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부터 손이 서로 옷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옷을 벗기지도 않고 나를 소파에 앉힌 채 무릎 꿇고 입을 벌렸다. 침을 질질 흘리며 깊이 삼키고, 일어날 때는 이미 눈이 충혈돼 있었다. 내가 뒤에서 들어갔을 때 그녀는 베개를 끌어안고 “더 세게… 제발” 하면서 허리를 뒤로 밀었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녀의 신음, 그리고 절정 때 흘러내리는 뜨거운 것들까지. 다 끝나고 담배를 피우면서 그녀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 원래 이런 여자 아닌데…”
그때는 그게 전부였다. 이름도, 번호도, 다음도 없었다. 그냥 그 밤의 은밀한 만남. 유부녀들의 숨겨진 욕망을 받아주는 일. 클럽 조명 아래에서 “홧김에 왔어”라고 말하던 그 여자들과, 땀에 젖은 시트 위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던 시간들.
지금은 어플 하나면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있고, 오픈채팅으로 아무도 모르게 밀회를 잡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절이 더 진하게 남는다. 진짜로 ‘탈출’하려고 나이트에 나와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몸을 맡기던 그 여자들의 눈빛과, 그들과 나눴던 화끈하고 짧은 밤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