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일요일 아침, 거실에 혼자 앉아 커피 마시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ㅇㅇㅇㅇ
    ㅁㅁㅇㄹㄴㅇ
S78675363e86146aeb8c007d09b6b0127d.jpg

비 오는 일요일 아침, 거실에 혼자 앉아 커피 마시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헤이뮹 0 8 0 0


빗소리가 제법 굵어서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식구들은 아직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져 있고, 집안은 빗소리 말고는 쥐죽은 듯이 고요하네요. 까치발로 주방에 나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고 거실 소파에 앉았는데,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으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나 연애하던 시절에는 이렇게 비 오는 주말이면 괜히 마음이 들떠서 창밖 구경하기 바빴고, 분위기 좋은 카페라도 가서 드라이브하자고 졸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 팍팍한 현실에 부대끼며 살다 보니, 이제는 비가 오면 차 막히겠다, 빨래 안 마르겠다,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최고라는 현실적인 생각부터 덜컥 드네요. 편안하고 몸이 편해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안의 그 몽글몽글했던 감성들이나 설렘이 다 메말라버린 것 같아서 묘하게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바쁘게 치여 살다가 이렇게 온전히 나 혼자 깨어있는 이 고요한 아침 시간이 참 귀하고 위로가 됩니다. 커피 향도 유난히 짙게 느껴지고 창문 두드리는 빗소리도 참 좋은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살짝 헛헛한 건 아마도 눅눅한 날씨 탓이겠죠. 남편이 깨서 거실로 나오기 전까지, 딱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그냥 오롯이 제 감정에만 빠져있고 싶네요.

​다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빗소리 자장가 삼아 늦잠을 푹 즐기고 계시려나요. 아니면 저처럼 일찍 깨서 베란다 창밖만 멍하니 쳐다보며 혼자만의 센티한 감성에 젖어 계신 분이 또 있을까 싶어 주저리주저리 흔적을 남겨봅니다. 오늘 하루는 아무 스트레스 없이, 그저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처럼 잔잔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0 Comments

575470864d693085cfad18904ec8d6ac_1743476595_3157.gif

- 후원배너 모집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