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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일요일 아침, 거실에 혼자 앉아 커피 마시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빗소리가 제법 굵어서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식구들은 아직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져 있고, 집안은 빗소리 말고는 쥐죽은 듯이 고요하네요. 까치발로 주방에 나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고 거실 소파에 앉았는데,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으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나 연애하던 시절에는 이렇게 비 오는 주말이면 괜히 마음이 들떠서 창밖 구경하기 바빴고, 분위기 좋은 카페라도 가서 드라이브하자고 졸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 팍팍한 현실에 부대끼며 살다 보니, 이제는 비가 오면 차 막히겠다, 빨래 안 마르겠다,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최고라는 현실적인 생각부터 덜컥 드네요. 편안하고 몸이 편해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안의 그 몽글몽글했던 감성들이나 설렘이 다 메말라버린 것 같아서 묘하게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바쁘게 치여 살다가 이렇게 온전히 나 혼자 깨어있는 이 고요한 아침 시간이 참 귀하고 위로가 됩니다. 커피 향도 유난히 짙게 느껴지고 창문 두드리는 빗소리도 참 좋은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살짝 헛헛한 건 아마도 눅눅한 날씨 탓이겠죠. 남편이 깨서 거실로 나오기 전까지, 딱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그냥 오롯이 제 감정에만 빠져있고 싶네요.

​다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빗소리 자장가 삼아 늦잠을 푹 즐기고 계시려나요. 아니면 저처럼 일찍 깨서 베란다 창밖만 멍하니 쳐다보며 혼자만의 센티한 감성에 젖어 계신 분이 또 있을까 싶어 주저리주저리 흔적을 남겨봅니다. 오늘 하루는 아무 스트레스 없이, 그저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처럼 잔잔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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