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다 뻗어 자는 펜션 부엌... 그 새벽의 짜릿하고 위험했던 일탈
진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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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07:44
동기들과 남녀 섞여서 가평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펜션 빌려서 고기 구워 먹고, 밤새 술 마시고 게임하고... 젊음 그 자체였죠. 새벽 3시쯤 되니 하나둘씩 거실 바닥이랑 방에 시체처럼 널브러져서 코 골고 자더라고요.
저랑 당시 비밀 연애 중이었던 여자친구(지금은 헤어졌지만)만 끝까지 살아남아서 뒷정리를 대충 하고 각자 자러 들어가는 척했죠. 근데 술기운인지 분위기 탓인지, 서로 눈빛이 딱 마주쳤는데 잠이 올 리가 있나요.
한 30분쯤 지났나? 다들 깊게 잠든 걸 확인하고, 목이 마르다는 핑계로 조용히 부엌으로 나갔습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녀였습니다.
"안 자고 뭐 해?"
입 모양으로만 속삭이는 그녀를 보는데, 헝클어진 머리에 헐렁한 티셔츠 차림이 왜 그렇게 예뻐 보이던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엌 구석, 식탁 사각지대로 숨어들었습니다.
거실 바로 너머에서는 친구들이 코 고는 소리, 잠꼬대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데... 그게 오히려 미친 듯한 자극제가 되더라고요.
차가운 타일 바닥과 달아오른 체온의 대비.
행여나 그릇이라도 건드려 '달그락' 소리가 날까 봐 숨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고 입을 틀어막아야 했던 그 긴장감.
친구가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깰까 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멈출 수는 없었던 그 아슬아슬함.
식탁을 붙잡은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서로를 탐하는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도 불이 튀었던 것 같아요. 짧지만 그 어떤 긴 밤보다 강렬했습니다.
일을 치르고(?) 각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 뚝 떼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 누웠을 때의 그 묘한 배덕감이란...
다음 날 아침, 라면 끓여 먹으면서 친구들이 "야, 어제 누가 부엌에서 뭐 먹었냐?"라고 물어볼 때 여자친구랑 눈 마주치고 피식 웃음 터지던 그 순간까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가끔 새벽 공기가 차가워질 때면 그날의 펜션 부엌 냄새와 숨죽인 신음이 생각나네요.










낭만파
멋쟁이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