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거짓말하고 핸드폰 끈 채 모텔방 잡았습니다...
효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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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09:58
제목 그대로입니다. 저 어제 사고 쳤습니다. 남편한테는 "친정 엄마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오늘 밤 자고 오겠다"고 거짓말했습니다.
그리고 친정이 아니라, 집에서 버스로 3정거장 떨어진 허름한 모텔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도 모텔방 침대 위입니다.
혹시 오해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남자 만나는 거 절대 아닙니다. 그냥...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어서 도망쳤습니다.
지난 5년간 통잠이라는 걸 자본 기억이 없습니다. 첫째 좀 키워놓으니 둘째가 태어났고,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에도 잠만 잡니다. 어제 저녁, 밥 안 먹겠다고 식판 엎어버리는 둘째랑, 장난감 사달라고 악를 쓰는 첫째 사이에서 갑자기 머릿속에서 '툭' 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베란다 창문을 보는데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가방에 지갑이랑 핸드폰만 챙겨서 "친정 다녀올게" 하고 나왔습니다.
처음엔 갈 곳이 없어서 찜질방을 갈까 했는데, 거기도 사람 소리가 들리잖아요. 그냥 적막이 필요했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곳. 그래서 눈에 보이는 모텔에 들어와서 9만 원 내고 방을 잡았습니다.
들어오자마자 핸드폰 전원 꺼버리고,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 하나 물 부어서 먹는데...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더라고요. 불어 터진 라면이 아니라, '따뜻할 때 끊김 없이 먹는 라면'이 5년 만이라서요.
샤워기 틀어놓고 펑펑 울다가,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이불 뒤집어쓰고 12시간을 시체처럼 잤습니다. 누가 "엄마 똥 닦아줘", "여보 밥 줘" 안 부르는 아침이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건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제 곧 핸드폰 켜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남편한테 들킬까 봐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한편으론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제가 너무 이기적인 엄마 같아서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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