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한밤, 그리고 그리움 _ 나를 좋아하는 여자와 내가 좋아하는 여자사이

젊음의 한 밤, 그리고 그리움...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문득 오래된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는 날.
요즘처럼 바람이 선선해지면, 이상하게도 그 시절 생각이 자꾸 납니다.
대학교 시절, 스무 살의 나는 세상에 겁이 없었고, 사랑 앞에서도 서툴렀지만 진심이었어요.
그날도 시험이 끝난 주말, 여자친구와 그녀의 친구가 모여
작은 자취방에서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좁은 방 안에 웃음과 노랫소리가 가득했죠.
맥주잔이 몇 번이나 비워지고, 창밖으로는 여름밤의 바람이 들이쳤습니다.
어느새 새벽이 되어 다들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떴을 때 제 한쪽에는 여자친구가,
다른 한쪽에는 그 친구가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둘 다 깊이 잠들어 있었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심스레 숨을 죽였죠.
이상하게도 제 양손은 각자 다른 여자의 속살에 들어가 있었지만
무언가 장난을 치거나 움직이지는 않았어요 그냥 긴장된 호흡과 멈춘 손..
그 순간이 참 이상했어요.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하고, 미묘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여자친구의 속살이 내 손등에 닿아 있었고,
그 반대쪽에서는 그 친구의 머리카락(?)이 내 손등에 살짝 닿아 있었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 공기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아팠습니다.
그 친구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순수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 눈빛에 담긴 마음을 왜 몰랐을까 싶어요.
그날 이후 세 사람의 관계는 어딘가 어색해졌습니다.
누구도 말로 꺼내지 않았지만,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었던 거겠죠.
젊음은 늘 그렇게 불완전하고, 그래서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 각자의 길을 가고,
그때의 우리는 추억 속에만 남았지만
가끔 그 여름밤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던 사람 사이에 있던 그 어색한 거리감.
그 사이에서 느꼈던 숨 막히는 설렘과 슬픔.
그게 아마도 ‘젊음’이라는 이름의 순간이었겠죠.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 찾아오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때 그 공기, 그 웃음소리, 그 아침햇살이 그립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참 순수했고,
세상에 상처받기 전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