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 놓고 훌쩍 떠나고 싶다, 나 혼자만 아는 곳으로

그냥 다 던져버리고, 정말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요즘 내 삶이 딱 그래. 철옹성 같은 현실의 벽에 갇혀서, 하루하루가 똑같은 굴레 속에 갇힌 느낌. 아침에 눈 뜨면 출근 준비하고, 지옥철에 몸을 싣고, 쳇바퀴 같은 업무를 해내고, 퇴근하면 지쳐서 소파에 쓰러지지도 못하는 삶.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닐 텐데, 왜 이렇게 숨 막히는 기분일까.
가끔은 SNS 피드를 보다가 한숨이 나오기도 해. 친구들은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여행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다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너무나 자유로워 보여. 나는 이 작은 방구석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데 말이야.
어릴 땐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기도 했었지. "세상 모든 곳을 다 여행하면서 살 거야!", "멋진 남자 만나서 세계 일주 할 거야!"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웃기지만, 그때는 그 꿈들이 현실이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나는, 집 앞 편의점 가는 것도 귀찮아하는 30대 후반의 여자가 되어버렸네.
나를 모르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다들 한 번쯤 해보지 않았어?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나를 새롭게 시작하는 상상.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고,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고, 자고 싶을 때 실컷 자는 삶. 그런 게 가능할까?
아침에 눈 뜨면 억지로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하기 싫은 회의에 억지로 앉아있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삶. 어쩌면 그게 진정한 자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현실은? 결혼은 언제 하냐는 부모님의 잔소리, 이제는 좀 안정적으로 살라는 친구들의 조언,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서 오는 압박감. "너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데 너만 왜 이래?"라는 끝없는 자기비하. 이런 것들이 나를 더욱 꼼짝 못 하게 만들어.
솔직히 다 놓고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 며칠에 한 번씩 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해. 지하철 창밖을 보다가, 길거리 사람들을 보다가,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나를 짓눌러.
어떤 사람들은 내가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몰라. "직장 있고, 내 집 있고,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 마음이 이렇게나 공허하고 답답한데. 껍데기만 남은 삶 같다는 생각이 드는걸.
가끔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해. 주말에 좋아하는 드라마 몰아보기, 맛있는 디저트 먹기, 혼자 카페 가서 책 읽기. 그런데 그 행복도 잠시뿐이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무기력해지고, 답답한 감정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아.
진짜, 그냥 비행기 표 끊어서 아무 데나 가버리고 싶다. 따뜻한 나라에 가서 맥주 한 잔 하면서 해지는 거 보고, 차가운 나라에 가서 하얀 눈 밭 위를 실컷 걸어보고. 그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
근데 현실은 내일도 출근해야 하고, 이번 달 카드값도 내야 하고, 적금도 넣어야 해. 30대 후반, 이제는 좀 안정적이어야 할 나이에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걸까.
나만 이런 건지, 아니면 다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건지. 다들 이렇게 가슴속에 묻어둔 답답함을 안고 살아가는 건가?
진짜 너무 힘들다. 그냥 누군가 내 등을 토닥여주면서 "괜찮아, 너도 언젠가 자유로워질 거야"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어쨌든, 이렇게라도 글을 쓰니까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 다들 이 답답한 마음, 어떻게 극복하고 있어? 나도 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