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먹어 본 돈까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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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어 본 돈까스는....

쿠르달밧노 6 21 0 0

초등학교라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국민학교'졸업한 거의 마지막 세대입니다. 


나중에야 흔해졌지만 8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돈까스는 경양식 집에 가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요리였죠..


사실 저는 국민학교 입학전까지 돈까스라는 음식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그런 제가 돈까스라는 음식을 처음 영접하게 된 건 국민학교 입학식 때문이었죠..


코흘리게 입학식날 담임선생님께서는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꽈서는 내일 교실에서 나눠줄꺼니까 잊지말고 가방을 꼭 챙겨온나"

고향이 대구입니다. 어릴적 서울로 올라와 지금은 사투리 전혀 안쓰지만..
지독한 대구 사투리의 선생님의 발음은 '교과서'가 교과서로 들리지 않고 "교꽈스"에 가깝게 들렸습니다. 


'교과서'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아이들은 자신들이 아는 단어로 재해석 해서 들었고 
결국 "독가쓰"와 "돈까스" 2개 파로 나뉘었습니다. 

"선생님이 뭐라카드노?" "독까스라 캤는데?","야...학교에서 독까스를 왜 주노..돈까스가 맞다.."
"돈까스가 뭔데?" "돈까스 모르나? 맛있는기다~"

독까스 파는 돈까스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봤던 친구들이겠죠? 저 처럼...

그렇죠 학교에서 독까스를 줄리는 없으니 집에와서 엄마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엄마 내일 학교에서 돈까스 준다캤다."
"어? 학교에서? 학교에서 그걸 왜 주노 돈까스를?" 
 

여러 학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해서 문의 했나봅니다.
"선생님요~ 학교에서 돈까스를 준다캤다는데 그기 무슨 말입니까?"
"아...돈까스가 아니고 교꽈서라 캤는데, 아들이 잘 몰라가 그래 말한 거 같습니다."

엄마들의 오해는 풀렸지만 아이들은 그날 돈까스, 돈까스 노래노래를 불렀고
그날 저희 동네 아파트는 기름냄새가 진동을 했더랍니다...

저희집도 그날 저녁 어머님께서 급히 장을 보셔서 돼지고기를 빵가루 묻혀 튀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제가 처음 먹어본 돈까스였죠...
지금도 돈까스는 최애 메뉴 중 하나지만...그때 엉성하지만 어머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셨던 케찹에 찍어먹었던 그 돈까스가 제일 맛난 돈가스란 생각이 듭니다. 

6 Comments
44 08.01 13:35  
ㅎㅎㅎ 부자셨네
그냥 평범한 중산층 정도였던 거 같아요. 사치스럽지도 않았지만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어요. ^^
44 08.01 14:25  
그시절에 돈까스라 ^^
전 돈까스 처음 들어본 독까스 파였는 걸요..^^

그날 저녁 집에서 직접 만들어주셨던 돈까스가 제 생애 첫 돈까스..^^
44 08.01 15:55  
맛있었겠당 세상엔 맛난게 참 많아  ㅎㅎ
사랑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구경하고...행복이 따로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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