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고깃집 불꽃과 함께 타오른 여사장님과 나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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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세상이 다르게 보일 줄 알았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패기 하나로 무작정 고깃집 알바를 시작했다. 24살, 풋내기 티를 벗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숯불 연기 자욱한 그곳에서 내 인생의 가장 뜨거운 페이지를 써 내려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 사장님을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다. 마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그녀의 모습은 카리스마와 우아함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손님들에겐 시원시원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주방에선 베테랑다운 능숙함을 보여주는 모습.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긴장한 내게 "군대 제대했으면 이 정도 연기는 훈련이겠네. 얼른 적응해!" 하며 씩 웃던 그 순간, 왠지 모를 전율이 느껴졌다.
나와 사장님의 나이 차이는 무려 스물하나. 이모와 조카 사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처음부터 말이 잘 통했다. 처음엔 일 얘기뿐이었다. 숯불 온도 맞추는 법, 손님 테이블 동선, 고기 굽는 노하우… 그녀는 스무 해 가까이 고깃집을 운영해온 관록이 있었다. 나는 스펀지처럼 그녀의 노하우를 빨아들였다.
어느 날, 마감 후 둘만 남아 청소를 하다가 이야기가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시절 겪었던 파란만장한 삶, 고깃집을 일구기까지의 고독한 시간들. 나는 그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잔잔한 강물 밑에 숨겨진 깊고 뜨거운 용암을 본 기분이었다. 그녀의 눈빛, 말투, 손짓 하나하나에 담긴 삶의 무게와 지혜가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그저 풋내기 꼬마였지만, 그녀 앞에서만큼은 그 어떤 말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격적인 감정의 불꽃이 튄 건, 궂은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손님이 없어 일찍 마감을 하고, 함께 식은 고기에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사장님은 평소보다 조금 더 풀어진 모습이었다.
"강 군(내 이름), 너 참 어른스럽다. 스물넷이 어떻게 이렇게 든든하지?"
"사장님이 워낙 멋있으셔서 그래요. 저도 사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는 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담긴 무언가가 내 심장을 쿡 찔렀다. 나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스무 해의 장벽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했다.
"나, 강 군이 자꾸 신경 쓰여.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도요, 사장님. 매일 사장님 생각뿐이었어요."
그날 밤, 우리는 나이와 세상의 시선 같은 건 잠시 접어두고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고깃집의 숯불처럼, 우리의 감정은 은은했지만 막을 수 없는 열기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비밀스러운 3개월의 불장난
우리의 연애는 '비밀 연애' 그 자체였다. 가게에서는 완벽한 사장과 알바생. 손님들이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마감이 끝난 새벽, 혹은 휴일 낮, 우리는 세상의 모든 연인들처럼 평범하고도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와의 시간은 내게 '어른'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다. 나이에서 오는 그녀의 여유와 노련함은 서툰 내 마음을 포용해 주었다. 그녀는 내게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따뜻하고 현명한 인생 선배이자 멘토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세상의 깊이를 배웠고, 그녀는 내게서 잃어버렸던 젊음의 활력과 충동을 되찾는 듯했다.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주로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외곽의 드라이브 코스, 심야 영화관의 맨 뒷자리, 혹은 가게 2층에 있는 사장님 방. 그 작은 방이 우리만의 은밀한 성지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어쩌면 가장 평범했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손님들을 모두 보내고 가게 문을 잠근 뒤, 그녀가 직접 구워주는 고기를 함께 먹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던 시간. "강 군, 너 이러다 알바 그만두고 나랑 같이 살자고 하면 어떡해?"라며 장난스레 묻는 그녀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진심으로 그러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 말에 잠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우리의 불타는 사랑은 딱 3개월을 채우고, 마치 숯불이 재가 되듯 서서히 꺼져갔다.
불꽃이 남긴 재의 온도
우리의 관계가 끝난 것은, 그녀의 현실적인 고백 때문이었다.
"강 군, 난 너를 정말 좋아해. 너 덕분에 잊고 살았던 내 심장이 다시 뛰는 걸 느꼈어. 하지만… 우리는 너무 달라. 너는 이제 스물넷이야. 이 세상에 나가서 멋진 여자도 만나고, 너의 미래를 펼쳐야 할 때야. 나 같은 여자 때문에 너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아."
그녀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이 관계의 끝을 알고 있었고, 나보다 먼저 그 결정을 내렸다. 나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 속에 담긴 **'진심으로 나를 아끼는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풋내기였던 나는 그녀의 깊은 사랑을 이해했고, 그 사랑이 나를 놓아주는 방식임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그 고깃집 알바를 그만두었다.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날,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었다. 뜨겁기보다는, 먹먹하고 아련한 포옹이었다. 그녀는 내 등에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 나의 짧고 뜨거웠던 불꽃."
지금도 여전히 고깃집을 지나칠 때마다 숯불 연기 냄새가 나를 붙잡는다. 그 냄새 속에는 45세의 여사장님과 24살의 알바생이 나이의 장벽을 넘어 타올랐던, 짧지만 강렬했던 3개월간의 불장난 같은 사랑의 잔향이 남아있다. 그 사랑은 내게 지울 수 없는 삶의 경험이자,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아름답고도 아픈 통과의례였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어른의 사랑'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 기억은 내 안의 숯불처럼 은은하게 남아, 내가 앞으로 만날 모든 관계를 더 깊고 진실하게 만들 힘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