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체의 여인이 비스듬히 누워있는 곳이 목가적인 자연 풍경에서 16세기 이탈리아 저택의 화려한 실내 공간으로, 잠자고 있던 여인이 호화로운 침대에 기대어 깨어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조르조네가 자연의 일부로 제 시한 여인의 아름다움이 티치아노를 통해 세속적인 의미로 각색된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고개를 살며시 돌리고 있는 전통적인 비너스 표현과 달리, 티치아노의 여신은 감상자들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감상자의 시선을 자신에게 유도하는 여성의 표현은 이후의 서양 미술에서의 여성 누드화를 그리는 전형적인 방식이 되었습니다.
비너스의 관능미를 고조하며 감각적 인물 표현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베네치아 회화의 특징인 아름다운 색채와 음영법입니다.
티치아노는 섬세한 붓 터치와 색채의 조절, 그리고 미묘한 빛의 처리를 통해 비너스에게 마치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감각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녀가 기대어 있는 베개들은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는 따뜻한 느낌의 흰색으로 채색되었는데, 특히시트의 접힌 부분들의 그림자에서 두드러지는 순백색에서 열은 회색에 이르는 세심한 농담 변화가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