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오랜 회화의 역사 속에서 누구보다도 조용하고 누구보다도 정적을 사랑한 사람은 네덜란드 베르메르였다고 생각합니다.
기교적으로 볼때, 평면인 화면에 삼차원 공간의 환영을 실현하는 깊이 표현에 있어서 이 작품은 완벽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깊이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르네상스 리래로 서구 회화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터득해 온 모든 기법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거의 무의식 중에 교묘하게 응용되어 있습니다.
우선 바닥의 격자무늬에는 원근법이 훌륭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좁은 의미의 원근법은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명확하게 이론화되었습니다. 이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보자면 바닥의 격자무늬는 화면에 대하여 거의 45도 각도로 놓여 있기 때문에 이 격자의 선을 죽 연장해 가면 화면을 벗어난 어딘가 한 점에 모두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또 앞부분 왼쪽의 의자와 모델 앞의 테이블에도 이 원근법 표현이 응용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보통 전경, 중경, 후경이라 불리는 화면에 평행한 면의 위치관계가 보는 사람에게 깊이감을 주는 데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전경의 무거운 커튼은 방 안에 놓인 테이블의 일부와 벽에 있을 빛이 들어오는 창을 가려서 이 실내가 '저쪽'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하며, 중경의 작업 중인 화가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안쪽의 모델을 향하고 있음으로써 더욱 안쪽의 공간을 암시합니다. 후경은 모델과 그 바로 뒤의 지도로 이루어지면서 그 공간이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