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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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의 힘

오로라 12 81 0 0

조약돌! 어쩌면 인생과 닮은 데가 너무도 많아 보인다. 높은 산 바위 벼랑에서 여름 더위 겨울 추위를 견디다 못해 떨어져 내려 이 바위에 부딪히고 저 물굽이에 막혀 깨어지고, 깎이고 부서져 갈리고 구르며 닦이기를 또 얼마나 거듭하였겠는가? 시냇물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구르고 엎어지고 내달리다가 중턱에 이르러 흙탕물에 잠기기도 하고 맑은 물에 씻기기도 하다가 큰 것에 치이고 자잘한 것에 받히며 햇볕에 달궈지기도 하고, 엄동설한에 차가워졌다가 헤아릴 수 없는 나날을 또다시 흐르고 흘러 모래톱에 다다른다. 크기나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은데 눈 밝은 이와 만나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 돌 이상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를 생겨나게 한다.  


 긴긴 사람살이 과정 또한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부모 사랑 듬뿍 받으며 금지옥엽처럼 생명을 얻고 태어나 어려움 모르고 자라나지만 세상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세파를 헤쳐 나가야 하는 순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무한대로 펼쳐진 세계의 탐색을 시작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지식의 책갈피를 두루 찾아다녀야 함은 물론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넓이를 측량하기 어려운 일들을 모두 섭렵하는 수고로움을 몸으로 배워야 한다. 


 질풍과 노도의 시기를 출발점으로 갖은 역경과 모험과 마음고생을 경험하게 된다. 육체적 정신적 강한 힘을 갖추고 성장을 위하여 자존감 만들기에 대한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상도 지속된다. 만남과 헤어짐, 아름다움과 추함, 기쁨과 슬픔, 높음과 낮음, 외로움과 그리움, 명예와 성공, 무거움과 가벼움, 교만과 겸손, 깊음과 얕음, 깨끗함과 더러움, 가까움과 멂과 같은 상황에 대한 이성적 감성적 수용과 거부를 겪는 가운데에서 육체적 단련이 바탕을 이루고, 정신적 성숙을 토대로 사람 모양을 다듬어 갈 수 있는 것도 조약돌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흡사하다. 


 미움, 기다림, 연민, 의무, 갈등, 기쁨, 변명, 그리움, 슬픔, 고독, 원망, 환희, 좌절, 치욕, 책임 등과 같은 바위 혹은 돌멩이, 돌 조각들과 부딪히고, 섞이고, 추락하고, 버려지고, 뭉개지고, 비벼지고, 모아지고를 거듭하면서 단단한 부분은 남아 더욱 단단해 지고, 무른 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부서져 버린다. 


 마침내 암석의 가장 단단한 핵심만 남은 것으로 사람의 아픈 곳을 눌러 주어 낫게 하는 것이 조약돌의 알 수 없는 작용이라니 놀랍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인간성 정수의 결정체처럼 소중한 존재적 가치를 지닌 것이 사랑인 듯하다. 특별한 인연이 닿지 않은 과정에서 만나는 실존적 사랑으로 ‘단풍 빛으로 물들던 그리운 사람’이나 ‘사랑의 사리’처럼 더욱 삶을 빛나게 하는 그 어떤 존재라면 그것은 사람살이에서 환희의 절정이며 기쁨의 정화임이 분명하다.

12 Comments
44 10.02 10:52  
아 .....,,, 길다고여
오로라 10.02 12:03  
뭔가 큰 잘못을 한 느낌 ^^;
낭만파 10.02 11:31  
저.. 그 말 엄청 싫어했었어요..
 '힘든걸 많이 겪어봐서 이정도는 괜찮을거야. 이건 아무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하는거..
 겪어도. .겪어도.. 계속 힘든데.... 왜 .. 계속 힘들줄 알면서.. 미리 힘들어야 하는지..
배우 배두나가 언젠가 그런 인터뷰를 한 적 있어요.. '어려워보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 그런데 그게 왜 미안할까요. ?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아도.. 이겨보지 않아도... 다들.. 필요할 땐 잘 해나가던데.. 말이죠.. .

아.. ^^; 댓글이 쌩뚱맞죠.. ㅎㅎㅎ
그냥 그렇다구요....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변태만 있을것 같은 하모이가 배울게 많다는걸 느끼고 있음.. ㅎㅎ)
오로라 10.02 12:08  
낭만 님이 올린 <40대 중반이 되면서 '이해하는 것'>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많은 상처들이 없다면 조약돌도 만들어질 수 없었겠지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모난돌이, 동글동글한 조약돌이 되려면. . .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ㄱ ㅊ의 앞부분도 조약돌을 닮은 게 아닐지. . . (이 말이 여기에서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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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L 10.02 11:51  
조약돌-모진 인생의 풍파-사랑의 사리    알아가면 갈수록 더 알고 싶네요  한 길 마음속요^^ 
오로라 10.02 12:08  
깊디 깊은 한 길 마음 속 
레인보우 10.02 12:52  
다 읽지 못하겠어요,,,,,  ㅠㅠㅠㅠ 넘 긴거 같은데,,,,
결론만 알려주세용 ㅋㅋㅋㅋㅋ
오로라 10.02 12:53  
결론은...
무지개 님이 착하고 아름답다는 거^^
일랑일랑 10.03 09:26  
오....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사람의 고난이 다 비슷하군요...
참 쉽지 않은 인생입니다

조약돌을 남기기 위해 참 많이도 아파야하는군요.. ㅠㅠ

로라님도 문과가 확실해...
그리고 이렇게 멀쩡한?분이 변태일리없어...
오로라 10.03 09:59  
모난돌이 상처를 입으면서 다정한 조약돌이 됩니다^^

그리고 저, 문과, 맞습니다^^
44 10.03 10:21  
아 조약돌은 다정함이라는 뜻?! 파도에 깎이고 또 깎여서 그러고보니까 조약돌 넘 사랑스러운 존재였네
오로라 10.03 10:24  
사사 님은 조약돌 사랑을 하고 계시는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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