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동의 기억??

선정적인 제목에 비해 내용에는 별다른 실속이 없을 글입니다.
요즘엔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기에 첫 야동을 접하는 시기도 빨라졌고
접근성도 굉장히 높아졌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
조용히 은밀한 영상들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니까요..
40대 중반인 저의 또래들은 인터넷 이전에 비디오로 어둠의 세계를 접한 경험이 더 많으실 듯 합니다.
저또한 그렇구요.
저같은 비디오 키즈들이라면 요즘 세대는 모를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법 복제....." 운운하는 공익 광고를 잘 기억하실 껍니다.
집집마다 어지간하면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었고, 좀 더 형편이 좋으면 비디오 카메라가 있어서
집안 기념 행사를 촬영해서 가끔씩 돌려보기도하고 그랬지요.
제가 국민학교 1~2학년 시절에 저희 집에는 베타 비디오라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비디오 세대 마저도 기억이 흐릿할 수 있는 물건인데요.
비디오라는 기계가 처음 생긴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VHS 방식의 테잎 이전에
SONY에서 먼저 베타맥스라는 규격의 비디오 테잎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VHS보다 크기도 작고 화질도 더 좋았지만 녹화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단점으로
나중엔 시장에서 VHS에 밀리게 되었고 몇 년후엔 사장되더군요.
아무튼 저희 집에는 베타비디오가 있었고, TV에서 어린이 특집 만화를 하거나
토요명화, 주말의 영화 등 명작 영화들을 해줄 때는 꼭 이 비디오 테잎으로 녹화를 떠두고
보고싶을 때 언제고 다시 보곤 했었지요.
비디오 대여점에도 베타 비디오와 VHS 두가지 형식의 비디오들이 같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베타 비디오를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디오 시장은 VHS가 점령하기 시작했고,
비디오 대여점들도 수요가 점점 주는 베타비디오 테잎들을 정리하게 되었죠.
마침 전파상을 운영하시며 가게 한쪽에 비디오 테잎들도 함께 구비해두셨던(아마 비디오 플레이어를 판매하시면서 같이 구비해두신 듯...)
아버님의 친구분께서 베타 비디오 테잎들을 정리하신다고
만화 영화 따위의 비디오 테잎들을 애들 보여주라고 여럿 공짜로 주셨습니다.
그랜다이저, 철인 28호 등등의 만화영화(이때 감성은 애니가 아니라 만화 영화입니다.) 테잎들을
득템을 해서 신난 저와 제 남동생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비디오 테잎을 한아름 품에 안고
하나하나 제목을 보며 이건 무슨 내용일까? 상상을하며 기대를 했었지요.
그중 제목 부분이 인쇄 된 버전 말고 공지로 붙어서 매직으로 "산딸기"라고 적혀있는 테잎이 있었습니다. 감히 어떤 내용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나이였던 저와 제 남동생은 빨간 망토와 늑대 수준의 동화같은 내용이 아닐까 상상을 하고 있었지요.
집에 돌아와 철인 28호 부터 , 그랜다이저를 이어...기대하던 순서대로 비디오를 보다가...
몇일 지나 드디어 손에 잡힌 "산딸기"....
일말의 의심도 없이 동생과 비디오를 틀었는데, 나오는 건 동화도 우화도,
심지어 한국 성인영화 산딸기도 아닌......
전라의 백인 남녀가 뒤엉키는...그야말로 노골적인 포르노였습니다.
상상도 못한 충격적인 장면에 어리둥절해진 저는 비디오를 끄고 방에서 나와 엄마를 찾았죠...
"엄마...비디오 틀었는데 이상한게 나와..." (사실 그 장면을 야하다고 느끼지도 못할 나이였죠...)
"산딸기"는 그날부로 폐기되었고, 워낙 어린 나이라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마침 베타비디오도 VHS로 바꾸게 되었구요.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제 첫 야동의 조기교육 경험은 그렇게 얼렁뚱땅 지나갔습니다.
그 후로는 중학생이 되고 알만한 걸 알게 되면서 부터야 성인물들을 접하게 되었지만..
비디오는 여러모로 책 만큼이나 저에게 많은 간접경험을 하게 해준 고마운 친구였죠..
너무 간단히 손안에서 쏟아지는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
가끔은 어렵게 어렵게 손에서 손으로 건내져 비밀스레 주고 받고 몰래 보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습니다. 애틋하고 간절함이 느껴진달까요?
다른분들의 인생 첫 야동의 경험은 어떤 것이었땠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