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 첫사랑 오빠 자취방에서의 그 겨울
디올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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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문득 창밖의 찬 바람을 맞으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제 인생에서 가장 서툴렀지만, 그래서 가장 예뻤던 스물한 살의 겨울이요.
그때 저는 갓 입학한 대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그 사람은 복학한 과 선배였어요. 학교 앞 낡은 주택 2층에 살던 오빠 자취방에 놀러 가는 게 데이트의 전부였던 시절이었죠. 돈이 없어서라기보단, 그냥 둘이 좁은 방에 붙어 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았거든요.
그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보일러가 돌아가는 우웅 소리랑, 귤 까먹는 냄새, 그리고 노트북으로 틀어놓은 영화 소리만 방안을 채우고 있었죠. 영화가 다 끝났는데도 우리 둘 다 아무 말이 없었어요. 묘한 정적 속에서 오빠가 제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는데, 그 투박하고 따뜻한 손의 온도가 아직도 생생해요.
"자고 갈래?"
그 한마디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싫어서가 아니라, 올 것이 왔구나 하는 긴장감과 설렘 때문이었죠. 고개만 끄덕이고 불을 껐는데, 어둠 속에서 오빠의 숨소리가 들리니까 귀가 멍해질 정도로 제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고요.
모든 게 처음이라 참 엉망진창이었어요. 로맨스 영화처럼 부드럽지도 않았고, 서로 코가 부딪혀서 "앗" 하고 멋쩍게 웃기도 했고요. 옷 단추를 푸는 손은 왜 그리 떨리던지. 오빠도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흥건하더라고요.
"아프면 말해. 바로 멈출게."
그렇게 말해주는 오빠 목소리가 떨리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더 안심이 됐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이라 아프기도 했고, 뭐가 뭔지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어요. 환상 속의 첫날밤처럼 화려하거나 대단한 쾌락이 있는 건 아니었죠.
그런데 행위가 다 끝나고 나서, 좁은 이불 속에 얽혀 누워있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비친 오빠 얼굴을 보는데, 뭔가 우리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고, 세상에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은 비밀스러운 느낌.
내 살 냄새랑 오빠 살 냄새가 섞인 그 이불 속 공기가 너무 포근해서, 아픈 것도 잊고 오빠 품에 파고들어 한참을 있었네요.
다음 날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서 같이 라면을 끓여 먹는데, 서로 눈만 마주쳐도 얼굴이 빨개져서 키득거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참 촌스럽고 서툰 첫 경험이었지만, 그때만큼 순수하게 누군가를 온마음으로 받아들였던 적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다들 첫 경험의 기억, 어떤 색깔로 남아있으신가요? 저는 귤 냄새 나는 주황빛 겨울로 기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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