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짝사랑했던 그 교회 오빠, 그리고 나의 열아홉 첫날밤.
디올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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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전
수능을 앞둔 고3 늦가을, 내 인생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 오빠 이야기를 해보려 해. 지금 생각하면 참 뻔한 클리셰지만, 그땐 그게 내 세상의 전부였거든.
우리 교회 고등부에는 소위 '레전드'로 불리는 대학생 오빠가 있었어.
키 크고, 찬양팀에서 기타 치고, 목소리는 성시경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감미로운... 전형적인 교회 오빠.
내 단짝 친구 지은이는 그 오빠를 1년 넘게 짝사랑 중이었어.
"야, 오늘 오빠가 나보고 기타 반주 늘었다고 칭찬해줬어. 대박이지?"
매주 일요일이면 지은이의 설레발을 들어주는 게 내 일상이었지. 나는 옆에서 "잘됐다, 진짜 사귀는 거 아냐?" 하고 맞장구쳐주곤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묘한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어.
왜냐면, 그 오빠의 시선은 늘 나를 향해 있었거든.
지은이랑 떠들고 있으면 오빠는 내 눈을 지긋이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이따 봐'라고 하거나, 단체 카톡방이 아닌 개인 톡으로 "오늘 옷 예쁘다", "공부하느라 힘들지?" 하며 은밀한 추파를 던져왔으니까.
친구의 짝사랑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그 배덕감, 그리고 어른스러운 대학생 오빠의 관심. 열아홉의 나는 그 위험한 줄타기가 너무 짜릿했어.
사건은 수능이 얼마 안 남은 11월의 어느 금요일 철야 예배 때였어.
예배가 끝나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오빠가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내 손목을 끌었어. 지은이가 안 보는 틈을 타서 오빠 차 조수석에 탔지.
차 안 가득한 오빠의 향수 냄새, 빗소리, 그리고 히터의 온기.
집 근처 골목 어귀에 차를 세웠는데, 오빠가 시동을 끄더니 내 안전벨트를 풀어주면서 훅 다가왔어.
"너 요즘 왜 이렇게 예뻐지냐. 공부 안 되게."
그 한마디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오빠의 입술이 닿았고, 나는 거부할 생각조차 못 한 채 서툴게 받아들였어. 좁은 차 안에서 의자가 뒤로 젖혀지고, 오빠의 손이 교복 블라우스 안으로 들어왔을 때... 무서우면서도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그게 내 첫 경험이었어.
오빠는 정말... 여자를 잘 알았어.
고등학생인 내가 겁먹지 않게, "괜찮아, 오빠가 알아서 할게. 아프게 안 해"라며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여줬어. 내 몸 어디를 만져야 긴장이 풀리는지, 어떻게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 같았어.
처음이라 아플까 봐 잔뜩 움츠러든 나를 달래가며,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리드해 주는데... 그 배려심 넘치는 손길에 '아,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소중하게 대해주는구나'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었지. 그날 차창 밖엔 김이 서려 밖이 하나도 안 보였고, 세상엔 오빠랑 나 둘뿐인 것 같았어.
그렇게 나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어른이 됐어.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어. 오빠는 "대학 가면 더 좋은 남자 만날 거야"라며 나를 쿨하게 정리했거든. 나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한동안 꽤 힘들었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교회 동창회에서 옛날 친구들을 만났을 때였어. 술이 좀 들어가고 여자들끼리 '첫 경험' 이야기가 나왔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어.
"나 사실... 그때 그 찬양팀 오빠랑..."
"헐? 미친. 너도? 나도 고3 때 그 오빠랑..."
"야, 나도야."
알고 보니 내 또래, 그리고 내 한두 살 위아래 기수 여자애들 중 꽤 많은 아이들의 '첫 남자'가 바로 그 오빠였던 거야. 레퍼토리도 똑같았어.
차 안, 혹은 텅 빈 성가대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아프지 않게 해줄게".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한편으론 헛웃음이 터졌어.
그 오빠는 정말... 나쁜 놈이었지만, 동시에 '기가 막히게 잘하는' 놈이었던 거지.
어린 여자애들이 상처받지 않게(혹은 소문내지 않게) 완벽한 매너와 기술로 황홀한 첫 기억을 심어주고 깔끔하게 빠지는, 고단수 중의 고단수.
지은이한테 미안한 마음은 덜었지만, 나의 그 애틋하고 설렜던 첫날밤이 그 오빠에겐 수많은 '작업' 중 하나였다는 게 씁쓸하긴 하더라.
그래도 후회는 안 해. 덕분에 여자를 배려할 줄 아는 남자가 어떤 건지는 확실히 배웠으니까.
잘 지내니? 내 열아홉을 가져갔던, 세상 다정했던 쓰레기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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